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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조언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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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미안 댓글 1건 조회 9,280회 작성일 20-08-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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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사는 게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눈팅만 하는 회원입니다. 공부하는 회상에 이런 글 올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너무 답답한데 하소연할 데도 없어서 염치불구하고 선생님께 조언을 듣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저희 어머님이 암환자신데 6년 가까이 잘 버텨주셨고 그 동안 큰 문제는 없었는데 요즘 갑자기 여기저기 전이도 되고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져서 몇 일 전엔 이 정도 정신이라도 있을 때 요양원 들어가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체력이 안 되면 항암도 의미가 없는 건데, 지금 상태로는 치료도 힘들다고 판단하시고 남은 인생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가슴이 미어지고 눈앞이 캄캄해지는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너무 답답하고 눈물이 날 거 같은 걸 억지로 참았습니다.
그 동안 나름대로 챙겨드린다고 했지만 너무 부족한 게 많았던 거 같고, 겉보기에 컨디션 괜찮아 보인다고 너무 방심했던 거 같아 후회가 막심합니다.
사람은 태어나면 누구나 한 번 죽는다지만 내 가족의 일이 되니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고, 한평생 누구보다 바르고 착하게 살아오신 어머님이 왜 이런 병에 걸려 고통받다가 가야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한 때 공부 열심히 하던 시절엔 생사해탈이니 삶과 죽음은 하나다느니 들은 풍월로 주절거린 적도 많았지만 막상 처음 마주하는 중대사가 눈앞에 닥치니 싹 다 날라가고 오롯이 슬픔과 비통함만이 자리잡네요.
선생님, 이런 마음을 그대로 다 겪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겠지요? 세상 어떤 자식들도 피할 수 없는, 언젠가 마주할 필연적인 일임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어머님께 잘못한 일도 많고 해드리고 싶은 것들 하나도 제대로 못해드린 거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지 선생님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이 많이 편찮으신 어머님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님의 슬픔과 비통함과 회한을 깊이 이해합니다.
  님은 “한평생 누구보다 바르고 착하게 살아오신 어머님이 왜 이런 병에 걸려 고통받다가 가야 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아뇨, 우리가 살아 숨 쉬는 동안 경험하는 모든 것은 그 어떤 것도 예외없이 다 소중하기 그지없는 삶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힘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치료도 힘들다고 판단하시고,
  “남은 인생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한평생 바르고 착하게 살아오신 어머님의 삶을 아름다운 존엄으로 스스로 ‘장엄(莊嚴)’하실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것이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깊고 따뜻한 도리요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어머님은 그 소중한 시간들을 통하여 자신 안에 본래부터 있던 영원한 평화와 사랑을 발견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들과 모든 것들에 대해 무한히 감사하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인간이 맞이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하고 숭고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님은 스스로 “그동안 나름대로 챙겨드린다고 했지만 너무 부족한 게 많았던 거 같고.... 어머님께 잘못한 일도 많고, 해드리고 싶은 것들 하나도 제대로 못해드린 거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아뇨, 님은 그동안 최선을 다 하셨습니다. 정말입니다. 어머님도 그것을 아시고 아들과의 인연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감사해 하고 계실 것입니다.

  아름다운 인연입니다.
  ‘마지막’이란 본래 없기에 어머님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들 속에 언제나 감사와 사랑이 가득하기를,
  저도 마음으로 함께 하며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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