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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칠 건 고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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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413회 작성일 06-10-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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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소개로 부산에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삶을 많이 힘들어한다기에 상담하러 갔던 것인데, 그 사람과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는 어느 찻집엔가 들어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그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할 때는 내 눈을 바라보며 집중해서 얘기를 하는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때는 ― 심지어 그 사람 자신에 관한 이야기일 때에도 ― 항상 눈을 다른 데로 돌리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거나 두리번거리거나 혹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해 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은 전혀 나와 함께 있지도 않았고 ― 몸만 거기 있었을 뿐 ―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순간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는 말고 그만 입을 다물어버렸습니다. 도저히 대화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치 무슨 허깨비와 마주하고 있는 듯한 불쾌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씨는 가만히 보면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아요. ○○씨가 무언가를 제게 묻고 또 말했기에 제가 그에 대해 말하고 또 대답을 하는 것인데도, ○○씨는 자신의 물음이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음은 전혀 딴 곳으로 날아가 버려요. 그리곤 몸만 여기에 덩그러니 남아있어요. ○○씨의 눈이 그것을 다 말해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무척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해요. 아니, 저는 지금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 거죠? 이건 정말 고쳐야 해요, ○○씨 자신을 위해서두요.
우선 상대에게 집중하려고 애를 쓰고, 대화를 하는 사이사이에 눈과 마음이 다른 데로 가려고 하면 의식적으로라도 상대의 눈과 이야기에 마음을 모으려고 노력해야 해요. 이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기도 하지만,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사실 '대화'는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더 잘 해야 하는 무엇이거든요? 고치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상대에게 집중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건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것이구요……."
그런데 그 사람은 저의 이런 말들이 그 순간 자신의 가슴으로 다가가서 그랬는지, 아니면 평소에도 조금씩 느끼고 있던 것들이 누군가의 지적에 화들짝 놀라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정색을 하며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곤 그 이후부터는 현저히 달라진 모습으로 상담에 임하곤 했습니다.

그와 같이, 님의 그것 또한 마음 딱 먹고 반드시 고쳐야 하는 무엇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 *
어색합니다.
초년병 06-10-25 16:25

안녕하세요? 회사 초년병입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항상 궁금한 점이 있어 문의드립니다. 저는 사색(?)을 즐기는 스타일인데, 대화시에 상대방은 무슨 이야기를 잼나게 합니다. 손짓발짓 해가며 즐겁게 대화를 하는데, 저는 항상 대화를 듣는다기 보다는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 항상 듭니다. 그리고 대화의 내용에서도 즐겁다기 보다는 억지로 상대의 대화를 들어주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화의 맥이 끊어지곤 하며, 상대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피해서 상대에게 맞장구를 치는 상황을 회피하곤 합니다, 왜냐면 맞장구를 억지로 치다 보면 굉장히 어색해하는 자신을 많이 느낍니다. 혼자 있을 때는 편안한데 대화할 때는 부담스럽습니다.
항상 이 부분이 불만이고 그렇습니다. 자연스럽게 남들과 대화하며 어울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생 선배님으로서 조언을 부탁드려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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