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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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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죄책감 댓글 1건 조회 8,135회 작성일 16-05-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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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함께 살고있어요
근데 아버지가 너무 답답하고 귀찮을때가 많아요
이런 생각을 할때마다 죄책감에 정말 어찌해야할줄 모르겠어요
제가 아무것도 못하단 시절 부모님이 다 돌보아주셨을텐데 저는 자꾸만 못된 생각을하니까요...
안그러려해도 맘대로 되지가 않아요 
어쩌면좋을까요
아버지한테 너무 미안해요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원망하는 맘도 있어요
도대체 저를 어째야할지...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그것은 '못된' 마음이 아닙니다.
그냥 님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정죄하지 마십시오.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때로 답답하고 귀찮을 때가 있고 또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랍니다. 그래도 님은 저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지도 않고, 아버지의 넷째 부인으로 들어와 거의 평생을 홀로 외롭게 사시면서 오로지 자식을 위해 당신의 전부를 희생하셨건만, 그렇게 넘치는 사랑과 믿음을 받은 저는 오히려 때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처음엔 저도 그런 생각이 제 안에서 올라올 때마다 저 자신을 '천인공노할 놈'이라고 한탄하고 꾸짖으며 심한 죄책감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머니를 뵙기가 정말 미안했고, 그런 저 자신을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런 생각은 제 안에서 올라오는 수없이 많은 생각들 중에 하나일 뿐이었고, 잠시 일었다가 사라지는 하늘의 구름과도 같이 그저 제 안에서 때로 일어났다가 곧 사라지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더욱이 제 안에는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어머니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함께' 있었습니다. 님의 마음도 저와 똑같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저는 제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마음도 내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때로 답답해 하고 귀찮아 하는 님의 마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님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 가운데 '어떤 생각'은 택하고 '어떤 생각'은 버리려고 하는 그 마음이 잘못된 것입니다.

  님이 힘들어하는 그런 마음도 따뜻이 받아들이며 한번 품어 보십시오. 그것은 '못된' 마음이 아니라, 그냥 님의 마음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뜻밖에도 님은 그 '받아들임' 속에서 님 자신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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