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겨울나무를 보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윤 (211.♡.171.179) 댓글 0건 조회 8,960회 작성일 08-03-07 11:01

본문

.jpg

이 한차례 추위가 뼛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겠는가

황벽 선사, 천국으로 가는 시 中

휴일 오후..
집 근처를 산책했다.
나지막한 야산에 가니..
겨울나무들이 이파리들을 이미 다 떨군 채
비인 몸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익숙한 겨울산의 내음..
이제는 너무 흔해져 버린 말이지만..
비인 몸으로 왔다가 비인 몸으로 돌아간다는 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말..
그 말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지난 늦가을을 떠올린다.
때가 되어 이파리들을 놓아보내는 나무들도...
나무를 떠나 발밑에 뒹구는 이파리들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들은 침묵으로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 나는 아직 말이 많음을...
침묵하지 않고 있음을...
아직도 상처들을 기억하고 있음을...
가끔 상처들이 건들여지고..
혹 좀더 깊은 상처들이, 좀더 깊게 건들여지면..
나는 좀더 오래 아파한다.
그럼에도.. 내게..
이 한차례 추위는 아직 뼛속에 사무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어디만큼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2007. 12. 3
원주 노자 유상규님의 덧글을 읽으며...
뼛속까지 스며드는 겨울 추위를 맛본 뒤
마침내 찾아온 봄에
향기를 발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이 글이 생각났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289건 187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639 진리 6187 08-03-09
1638 최영훈 5624 08-03-07
1637 둥글이 4586 08-03-07
1636 김윤 5471 08-03-07
1635 김윤 9111 08-03-07
열람중 김윤 8961 08-03-07
1633 그냥 4617 08-03-07
1632 김윤 6482 08-03-06
1631 김윤 5892 08-03-06
1630 김윤 7145 08-03-05
1629 윤양헌 8261 08-03-05
1628 서울도우미 5590 08-03-04
1627 권보 7660 08-03-03
1626 권보 5583 08-03-03
1625 놀부 4583 08-03-02
1624 놀부 4833 08-03-02
1623 둥글이 6592 08-03-02
1622 둥글이 6305 08-02-29
1621 4715 08-02-29
1620 4773 08-02-29
1619 둥글이 9190 08-02-29
1618 6703 08-02-29
1617 김영대 8100 08-02-27
1616 둥글이 4981 08-02-25
1615 둥글이 15280 08-02-24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6,772
어제
6,196
최대
18,354
전체
7,344,097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