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힘든 노동 도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오로라 (1.♡.246.118) 댓글 0건 조회 8,959회 작성일 16-04-01 20:35

본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학원, 대학, 군대, 주민센터로 이어지는 사회관계 어려움과 시험실패는
저를 사회로 나아가는 걸 망설이고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던 차에
생각이 난 것은 도배였습니다.
 
사람들이 '왠 도배야?'라고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과 어울리기보다 죽이 잘 맞는 사람과 잘 지냈기에,
또 내면에서 소용돌이 치는 마음들에 쉽고 좋은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학원에 열심히 개근으로 출석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2~3개월여의 과정을 마친 것이 뿌듯하기도 하였지만,
일에 대한 생각이나 감각은 둔했던 것 같습니다.
 
 
막상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니 노가다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거칠어서 이곳저곳에서의 고함..
50, 60평 되는 아파트의 풀먹인 벽지가 무겁고 작업대와 물통 공구들을 들고 위층 아래층
이곳저곳 정신없습니다.
 
 
하루 이틀만 해도 손이 다 부르트고 허리, 목, 무릎, 어깨가 아파 파스를 붙이고 삽니다.
많은 땀과 먹고 또 먹어도 단것이 먹고 싶고, 한끼 3인분 정도의 식욕...
배우고 따라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차분히 우리집 도배를 혼자 해보니 그제서야 감각이 생깁니다.
 
 
시간이 촉박하여 그다지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포카리스웨트 4개먹고 3일 연속 72시간 도배도 하였습니다.
몸이 약해서 결국 이곳저곳 탈나고 미세먼지도 많이 먹고 과로로 면역력 저하에 대상포진에 걸려서
고생하고 최저시급도 못미치게 받고 6개월만에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삭막한 콘크리트 구조만 덜렁 있는 곳에서 만들고 부쉬고, 만들고 부쉬고!
못할게 없었고 체력 한계에 도전했던 시간.
 
 
해가 뜨면 일하고 지면 잠자고....
흐름의 평범함을 알게 해주었던 기억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332건 62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807 야마꼬 10768 12-12-20
4806 매순간 9500 12-12-19
4805 하얀민들레 9054 12-12-17
4804 하얀민들레 8766 12-12-17
4803 하얀민들레 8409 12-12-17
4802 하얀민들레 7551 12-12-17
4801 아리랑 9116 12-12-16
4800 vira 9282 12-12-14
4799 만허 8996 12-12-14
4798 우심 7663 12-12-12
4797 만허 9214 12-12-10
4796 일혜 9455 12-12-09
4795 일혜 8050 12-12-07
4794 아리랑 9330 12-12-04
4793 일혜 9008 12-12-03
4792 실개천 11953 12-11-30
4791 하얀민들레 8062 12-11-27
4790 아리랑 9804 12-11-25
4789 텅빈() 9545 12-11-25
4788 김기태 12255 12-11-23
4787 서정만1 11230 12-11-21
4786 매순간 9054 12-11-17
4785 아리랑 9125 12-11-14
4784 관리자 20518 12-11-14
4783 혜천 7693 12-11-14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