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저항'을 '저항'했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루시오 (210.♡.226.237) 댓글 0건 조회 8,070회 작성일 15-05-29 18:23

본문

최근에 근무환경이 바뀌면서 넘 힘들었다.
출동이 많이 걸릴 땐, 밤을 새는 날도 있었고...어떤 날을 10시간 넘게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또 새벽근무 투입에, 3시간 자는 날, 6시간 자는 날, 1시간 자는 날....
 
주변에서 나보고 눈이 풀렸단 소리에, 웃음기가 사라졌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였고
난 좀비처럼 기어다니는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교통계에서 1년넘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불규칙적인 생활+수면부족인 생활에 몸이 적응을 못 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사소한 거에도 신경질이 나고, 짜증이 났고...오늘도 내 동기가
그냥 욕을 하며 지나가는 거에 화가 나서 그 동기에게 찾아가 왜 욕을 했냐? 내가 뭐 잘못했냐? 라며
따지는 내 모습이 보였다.
 
동기는 그냥 욕을 한 거였다. 출동이 너무 많아서 힘든 나머지, 그냥 욕을 한 것이었고
난 확대해석해서 내 멋대로 판단하고 있던 거였다. 이런 내 모습을 옆에서 보던 친한 후임이 이런말을 했다.
 
'김주환 수경님. 저항한다는 그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아십니까? 김주환 수경님은
늘 저항하는 걸 경계하시던데, 보기 별로였습니다. 김주환 수경님은 평상시엔 늘 행복해보이고,
자주 웃으셨어도...최근에 힘들어하는 그 모습에서 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이 보여서
인간냄새가 났습니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아, 내가 저항하는 내 모습을 저항하고 있었구나. 그렇네..
저항도 해봐야 저항을 하지 않는건데...저항할 수 있단 것도 기적이고, 힘이 있단 건데...'
 
그 후임이 고마웠다. 그리고 내 멋대로 생각하게 할 수 있게 해주던 동기에게도 고마웠다.
무엇보다 저항을 저항한다던 내 모습을 보게 해준 스스로에게도 고마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294건 68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619 김미영 8116 12-04-13
4618 데끼 10136 12-04-13
4617 수수 10228 12-04-11
4616 둥글이 16871 12-04-10
4615 서정만1 10168 12-04-09
4614 아무개 8066 12-04-09
4613 아무개 6889 12-04-09
4612 말돌이 6319 12-04-08
4611 아무개 7846 12-04-08
4610 아무개 6744 12-04-07
4609 일혜 8945 12-04-07
4608 말돌이 8175 12-04-06
4607 아무개 8144 12-04-06
4606 아무개 6910 12-04-06
4605 아무개 8205 12-04-04
4604 아리랑 9586 12-04-03
4603 아무개 7242 12-04-03
4602 바다海 8261 12-04-03
4601 바다海 7040 12-04-03
4600 바다海 8962 12-04-03
4599 바다海 7152 12-04-03
4598 서정만1 10760 12-04-02
4597 아무개 7580 12-04-02
4596 아무개 7485 12-04-02
4595 아무개 7936 12-04-02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5,327
어제
5,488
최대
18,354
전체
7,418,938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