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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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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렌드 (210.♡.14.195) 댓글 1건 조회 6,027회 작성일 06-03-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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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은 목욕탕에서 겨우내 묵은 때들을 허물 벗기듯 떨쳐버렸는데 그때 묵은 맘마저 같이 벗겨졌는지 가벼운 월요일이 시작됩니다.
출근 커피와 함께 눈에 뜨이는 기사 하나가 있습니다.
어느 착한이에 대한 얘기인데 같이 나누고 싶어 이렇게 옮겨봅니다.


작은 기도

김인제(사형수)



제가 밟는 땅과 숨쉬는 공기에서

당신의 지혜를 느끼게 하시며

마음을 아래에 두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평등심을 갖게 하소서.

다른 이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하시며

세상 만물 중 작은 하나임을 가슴깊이 느끼게 하소서.


삶 속에 고통의 바다를 만날 때

당신의 고행을 생각하게 하시며

피하기 보다는 순응케 하시어

스스로 졌던 짐을 스스로 내려놓게 하소서.

걸음걸이 하나에 수많은 생명이 있음을 알게 하시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내 몸같이 아끼게 하시어

함부로 가벼이 여기지 않게 하소서

한마음 거둘 때가 오면 맑은 정신으로 그 때를 맞게 하시어

한순간 낙엽이 떨어지듯 세상에 인연이 다한 날

선한 눈매 선한 웃음으로 그 곳으로 갈 수 있게 하소서.


<사형수 김인제씨 이야기>

김인제(40)씨는 8년동안 사형수였다. 마음 속에 ‘할 말’을 묻어둔 사형수였다.

지난 1994년 김씨는 친구와 함께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자 친구를 납치해 살해한 뒤 암매장하고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친구는 이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형량이 낮아졌다. 김씨가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후 1994년, 1995년, 1997년 세 차례 사형집행이 이뤄졌다. 김씨는 세차례나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셈이다. 그리고 2002년. 정권이 끝나는 해에는 어김없이 사형집행이 있었기 때문에 8년째 사형수였던 김씨와 주변 사람들은 더 확실하게 김씨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때 무기수로 살고 있던 공범 친구한테서 김씨의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김씨와 자매결연을 맺은 교정위원 황수경씨(동국대 선학과 강사)는 편지를 읽은 뒤 김씨가 주범이 아니었다는 믿음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었다. 편지 내용은 사건의 진실을 확인해주고 싶다는, 친구의 양심고백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읜 뒤 유복했던 집안이 기울고 김씨는 고교 졸업 뒤 출판사에 취직해 일하고 있었다. 한 부유한 집안의 처녀와 만나 약혼까지 했다가 일방적으로 파혼을 당한 게 사건의 발단이 됐다. 김씨가 여자 친구와 말다툼을 한 날 여자친구가 숨졌다. 공범인 친구가 보낸 편지는 김씨가 만취 상태에서 여자친구와 다투다 곯아떨어진 사이 그 친구가 여자친구를 숨지게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편지를 전해받은 김씨는 친구의 우정으로 받아들였을 뿐, 고통은 자신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며 편지를 공개하지 말도록 황씨에게 부탁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나도 죽어버리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공소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고 한다.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던 김씨는 2002년 12월31일 뜻밖의 특별 감형을 선물로 받았다. 모범수로 살아온 김씨는 구치소 안에서 〈작은 기도〉를 비롯한 몇십 편의 시와 〈마음의 꽃〉 등 그림에 자신의 운명을 새겨넣었다.

편지의 진실은 그로부터 2년여동안 더 묻혀있었다. 지난해 봄 대한민국 종합 미술대전에서 김씨의 그림 두 점이 입상한 뒤 황씨는 공개적인 사면운동을 결심했다. 편지가 공개돼도 공범 친구에게 더 이상의 법적인 피해는 없다는 점을 알리고 설득한 끝에 김씨도 이에 동의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10여명과 법관 1명, 변호사 11명 등을 포함해 5천여명이 김씨의 사면을 위해 서명했다. 김씨는 최근 교도소 안에서 장애인 수감자를 모아놓은 방에 자원해 들어가, 동료 수감자들의 목욕과 청소를 도우며 살고 있다.


<제가 느낀것은>

사람들은 저마다 옳으니 그르니 하다가 어긋나면 서로들 마음 아파하는데 이분을 보면서 한편 부끄럽기도 하고요 또 두루두루 눈밝은이와 함께 있어 감사한 하루기도 합니다.


댓글목록

묘유님의 댓글

묘유 아이피 (125.♡.123.88) 작성일

사람들은 저마 옳으니 그르니 하다가 어긋나면 서로들 마음 아파하는데
  이분을 보면서 한편 부끄럽기도 하고요.
  또 두루두루 눈밝은이와 함께 있어 감사한 하루기도 합니다.

프렌드님, 참으로 지혜로운분 입니다.^^

눈밝은이와 함께하는 하루는 그 향기가 있어 즐겁구나.
가슴 깊이 느껴지는 무언의 이야기들
그대의 빛은 나의 빛을 더욱 빛나게하니
참으로 그대는 勝自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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