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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의 한달 실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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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125.♡.56.169) 댓글 3건 조회 9,014회 작성일 15-11-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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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많이 헷갈리고, 이게 맞는 길인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데
대체 어쩌라고 . . . . 하는 질문을 쏟아내는 도반들에게 도움이 될것 같아 오래 전 글을
복사해서 다시 올려 둡니다.
이것은 어떤 개인의 것이아니며(실험한 본인이 그렇게 말했듯 - 누가 무엇을 한 것이 아니고)
하나의 사건일 뿐이므로, 우리의 모호함을 없애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여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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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셋째 주 부산 오전 모임에서 강의가 끝나고 질문을 했다.
질문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선생님은 계속 지금 이대로 자유이고 도(道)라고 하지만
우리가 이 길을 나설 때는 뭔가........뭔가  있을 것 같아서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뽀대나는 . .)
이것이 아닌, 너무 초라하고 볼품없는 이것이 아닌
뭔가 있을 것 같아서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이대로라 하시니......
선생님의 강의를 머리로는 다 이해하겠고,
예의 그 두 막대기(짧은 것과 긴 것)를 이용해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도 다 알겠는데 . .
그래서 한 동안은 영적 관련 책도 전혀 읽지 않고(선생님 말씀과 관계없이 어느 때 부턴가 저절로 책이 읽혀지지 않았음), 명상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지도 않고(명상은 원래 잘 못함) 했더니, 할 일이 없어 컴퓨터만 잡고 TV를 보거나, 인터넷 속에서 노닐거나 . . .
그렇게 예전처럼 돌아 와 버렸다.
(알수 없는 허기로 헤매 다닌 것이 20년은 넘은 것 같다.)
자, 이제 어쩌라고?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무위의 실험’을 제안 하셨다.
한 달 동안
TV 보지 말고, 컴퓨터 켜지 말고, 책 읽지 말고, 명상하지 말고, 내 강의도 듣지 말고
아. 무. 것. 도. 하. 지. 말. 고
밥 먹고, 자고, 식구들 밥 챙겨주고, 직장에 출근해서 일만하고
오로지 먹고사는 것만 해보라는 . . . .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감정들(특히 화가 나는 것)도 억지로 처리하려 하지 말고. .

알겠다고, 그렇게 해 보겠다고 말씀드리고
하다가 힘이 들면 문자를 드리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 달 간의 실험이 시작되었다.
일요일을 시작일로 해서 폰에 한 달이 되는 7월 셋째 주 토요일에 알람을 맞춰놓고 . . .

그러나 그 다음날인 일요일과 바로 다음 주에는 다니던 명상센터에 미리 약속한 일이 있어 할 수 없이 센터에 가서 맡은 일을 해야 했다. 그 때에도 그냥 일만 하고자했다. 봉사도 아니고, 은총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고, 도(道)를 위해서도 아닌, 그냥 약속한 일만 하고 당분간 센터에 나올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그 뒤로는 센터에 전혀 나가지 않았다.

정말 밥만 먹고 사는 것 만 하기 위해
컴퓨터는 아예 켜지를 않았고, TV는 본래 없기 때문에 컴퓨터만 켜지 않으면 되었다.
컴퓨터는 학교에서 업무용으로만 이용하고
차 안의 라디오도 끄고, 음악도 듣지 않고, 영적관련 책은 물론이고 다른 책(수업을 하기 위한 교과서와 교재만 빼고-그것도 학교에서만 보았다.)도 전혀 읽지 않았다.
집이 시골이라 거실에 앉아 있으면
마당이 보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심심함’이 조금 덜해진다.
마당에 새가 많이 날아오고(살충제를 안치니 새들이 많이 온다.),
나무와 하늘과 구름을 보고 있으면 별로 안 심심하기 때문에,
또 원래 잘 하든 짓이라 무위의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저녁 먹고 치운 후에는 방에 들어가 있기로 했다.
남편은 거실에 . . .  나는 방에 . . . .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면 아무 할 일이 없다.(청소는 원래 잘 안하는 일이라^^)
토요일과 일요일은 빨래와 청소(1주일에 한 번하는)말고는 다른 일이 없다.
매주 토요일 가던 명상센터에 가지 않으니(그것은 오히려 편안했다. 그동안 많이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아무 할 일이 없었다.

방에서 누웠다, 앉았다. 누웠다, 앉았다. . . . . . .
어느 날인가는 노을이 너무 예뻐 안 볼 수가 없어
마당에서 노을을 잠시 보노라고 용서해주시라고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그러고 또 방에서 뒹굴, 뒹굴 . . . .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하 . . . . 사람이 이러고도 사나? ^^
머릿속에선 생각이 너무 많이 일어나
이렇게 그냥 생각이 일어나도록 둬도 되냐고 선생님께 질문 문자를 보냈다.
그냥 두란다. 무. 방. 비. 상태로 그냥 두란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머리 속도 그대로 두란다. ...... 아휴 . . . . .힘들다 . . .

그렇게 2주가 지나고 3주가 지났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하는 이야기가 딴 세상 이야기 인 듯 했다.
(대통령 후보 어쩌고 . . 올림픽이 가까이 다가온 줄도 몰랐다.)

어느 날은 학교 아이들 때문에 (표면상은) 너무 힘들어
저녁도 먹지 않고 퇴근 후 그대로 쓰러져 있다가 잠이 들기도 했다.

화가 나고 우울해져서 힘들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 화와 우울을 적극적으로 ’허용‘해 주십시오, 다만 화는 바깥으로 표출하지 말구요.
마음이 힘든 것은 그 화와 우울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보십시오.’
라는 답이 왔다.
어떻게 화를 표출하지 않는가?

표출하지 않을 때 내면의 화를 만날 수 있다는 말씀을 보내왔다.

3주가 된 토요일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오니 마당에 풀이 자라 엉망이 되어있었다.
산책도 하지 말고, 마당에 풀 뽑는 일도 되도록 하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에
마당이 풀 반 잔디 반이 되어가도 그냥 두었었는데
마당 옆쪽(작은 밭으로 쓰던 손바닥만한 부분)에 풀이 너무 자라 뱀이 나올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눈에 보이는 큰 풀만 뽑기로 하고 시작한 것이
5시간을 계속하고 말았다.(장갑도 안 낀 맨 손으로,반바지 차림으로 하다 벌레에게 쏘이고..)
비가 오락가락하고 날은 무덥고 . . .
5시간 쯤 했을 때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비를 맞으며 . . . 너무 힘이 들어 밭에 주저앉았다.
그 때
‘이대로 죽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 . . 아!  이대로 그냥 죽어야겠다.. . . . . .
그러면서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 . . .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완벽하게 가면을 뒤집어쓰고, 쿨 한척, 쎈 척, 돈이 있는 척, 너그러운 척, 대범한 척,
도닦는 척, 착한 척, 무심한 척, 채식 하는 척 ......척. 척. 척 . . . 하 . . . 기가 막힙니다.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주변사람까지 다 싫어집니다.
교장은 물론이고 14살 아이들에게까지 잘 보이고 싶고 ,
칭찬받고 싶어하는 . . . 아우 지긋지긋합니다.
일찍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선생님의 답
“비로소 자신의 ‘실상’을 보기 시작한 것이지요 . . .
수많은 가면을 쓰고 있는 자신을 또다시 거부하지말고, 부인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시인하고 받아들이십시오.
일찍 죽어야할 것이 아니라 두. 눈. 똑. 바. 로. 뜨고
그 허구들을 낱. 낱. 이. 봐야합니다.
그것을 낱낱이 보고 인정하고 시인하는 고통을 또한 낱낱이 겪고 당해야합니다.
비로소 ‘진실’을 보게 된 것이지요 . . .
실험을 잘 하고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지금의 그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당하십시오 . . . . ”

눈물이 흘렀다.
통곡이 되어갔다.
그렇게 한 참을 울었다.
남편 저녁을 못해줄 것 같아 밖에 나가서 사먹고 들어와
다시 방에 들어가니
또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 이후로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수시로 눈물이 왈칵 왈칵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금요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선생님께 대청소를 좀 해도 되겠냐는 문자를 보내고
답도 오기 전에 청소를 시작했다. 그 후 시원하게 청소하라는 답이 왔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때와 더러운 것들이 왜 그리 많이 보이던지
‘아니 이렇게 더러운 도마에 내가 반찬을 해먹었나? . . . . 쇠로된 수세미로 박 박 밀고 . .
다 끄집어 내어 씻고 닦고
그렇게 밤 12시가 넘도록 대 청소를 했다.
다음날 아침에 남편 밥을 주는 둥 마는 둥 다시 쓰러져 잠이 들었다.
11조금 지나 선생님 전화가 왔다. 안 오냐고 실험 마지막 날이라 뵙고 싶다고 . .
몸살이 조금 나기도 했지만
사실은 선생님을 뵐 자신이 없었다.
실험을 제대로 못해 실패한 것 같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나는 실험이 끝나면 뭔가 한 소식을 해서
아!! 이거 였구나 . . .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온통 나 자신이 까발리기만 하고 . . .
암튼 뭔가 제대로 못한 것이 분명한 것 같아 만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화까지 주셨으니 . . . . 오전 모임이 끝나고 오후 모임 사이에 2시간 정도 이야기하기로 하고 부산으로 갔다.

그리고 . . . . .
울고   울고   울고   통곡하고 . . . .
선생님은 그저 지켜보시고
‘마음껏 우십시오.’ 라고만 했다.
글이 너무 길어져 다 이야기는 못하고 . . .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다만 선생님 앞에서 만이라도, 내 생에 단 한번 만이라도 정직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부산 오후 모임을 하고 . . .
그날 이후로 계속 울컥 울컥 울었다.
그러나 울음마저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게 울고나면 혹시? 한소식? ^^  또는 뒷집에 들릴건데 . . . 등등)고 하니, 그런 자신마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란다.

그렇게 실험이 끝났다.
실험 내내 선생님은 내게 감사하단다
정작 감사는 내가 해야되는데 . . . .



해가 지는 저녁 무렵 풍경을 보면 가슴이 싸----아 하니 아파온다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집들을 보면
따듯함과 함께 알 수 없는 외로움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어제 서울에서 내려오는 차 안에서도 예의 그 가슴 아픔이 일어났다.
산도, 나무도, 달도 어쩜 그리 예쁜가 . . .그러면서도 가슴이 아파왔다.
그래, 와라, 얼마든지 아프고 쓰리겠다.
아픔이여, 외로움이여,
내 가슴을 다 내어 줄 테니 마음껏 난도질 하라.
나는 이제 그대들 외로움의 칼날과 두려움의 칼날과 아픔의 칼날을 피하지 않는다.
자! 나의 가슴을 마음껏 요리하라.
신이, 혹은 우주가 . . . .뭔지 모르지만 암튼 그것이
지금은 그 아픔과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표현되고자 한다면
기꺼이 그리하라 자리를 내어 줄테니 . . .
그런데 그렇게 하고나면
어느 듯 그러한 것들이 없어져있다.
웃기는 것은
어!! 아까 기분이 안 좋았었는데?
너무 짧은데 . . . 하며 다시 지나간 그것을 잡으려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
벗어나려 하지 않을 때 어느 듯 벗어나 있다.

나는 이제 진심으로 회개한다. 즉 모든 시선과 발걸음을 나에게로 돌린다.
그리하여
자등명(自燈明)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들
아픔과 외로움, 두려움, 즐거움, 슬픔, 주눅듬, 오만, 겸손, 게으름, 성실 등
그 모든 것들을 등불 삼아 . . . 그렇게 걸어갈 것이다.
실험 이후
매 순간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짓을 하려는지가 보인다.
이전 보다 고상한 말을 하거나, 우아해지거나 한 것은 전혀 없다.
다만
내가 자꾸 보인다는 것이 조금 이상할 때도 있다.

이제 나는
도(道) 닦는 것은 그만하고
그냥 살란다.
 
서울모임에서 선생님이 책을 한 권 보여주셨는데
이전같으면 득달같이 주문해서 읽었을 것을
정말 정말이지 한 톨의 관심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책에 전 혀 관 심 이 일어나지 않았다. ㅎㅎ
 ....................................................................................................................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줄이려다가 그냥 둡니다.
더위에 건강들 조심하시기를 . . .
고맙습니다.
 
실험 내내 지켜봐 주시고 답변해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댓글목록

여름가지님의 댓글

여름가지 아이피 (183.♡.203.138) 작성일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할때 그 사람을 온 우주가 돕는다고 합니다.
그 말의 뜻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바른 길을 가고자하는 분께
도움이 되고자 하는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정말 합하여 선을 이룹니다.

감사합니다.

토토님의 댓글

토토 아이피 (61.♡.51.153) 작성일

이 글을 제 지침으로 삼고 되새기면서 이번 한달을 보내야겠습니다.

민행복님의 댓글

민행복 아이피 (119.♡.115.87) 작성일

지금 무위 실험을 하고 있는데 마침 올려주셔서 잘 보았습니다.

이 분처럼 잘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대로 부모 노릇, 학교 선생님으로서의 직장생활을 다 하고 계시는 분이란 점에서 나와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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