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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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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토 (116.♡.175.18) 댓글 0건 조회 467회 작성일 21-04-0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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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많이 달리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순간 그것은 박제되고-잘못된 언급조차, 왠지 나는 글 속에 여여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글의 제목에 '사랑' 이라는 단어 말고는 생각나지 않아서 어쩔수 없었다.


요즘 ZOOM 으로 하는 화상강의에 모두 참석하는데 참 좋았다.

한달에 한번 모일때는, 질의응답후 혼자 살아보고 그 피드백이 한달 뒤에 오는데

화상강의를 하니 자주 만나고, 바로바로 확인하고 수정하고. 뭔가 빨리 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선생님께서 내 마음을 조금만 더 세심하게 한번 바라보라고 하셨다.

연애든 인간관계든, 관계를 지속할것인지 끊을건지, 단순한 그 선택 대신에 그 안에서, 현재의 선택의 모호함 속에서 있어보라고 하셨다.

 


아...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구나. 아주 원초적인 미안함, 모성애 같은 감정을 느꼈다. 

몇년에 걸친 짝사랑인데, 끊겼다 다시 붙었다, 지리하게 이어진 인연이었는데. 나는, 한번도 너를 사랑한 적이 없었구나.

펑펑 울었더랬다. 그리고,

자유, 너를 이제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아도 돼. 라는, 아이러니한 안도감.

사랑을 받는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뭔가 앞뒤가 바뀐듯한 앎에 당혹스러웠다.


나에게 큰 구멍이 있었던것 같다.

그전까지는 그 구멍을 매우기 위해, 바깥에 어떤 사랑을 채워넣었다면 이제는 그 결핍의 구멍이 메워져서

평평한 지반위에서 스스로 있을수 있는 . 그래서 더이상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내가 굳이 사랑을 주지 않아도 존재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자유가 느껴졌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너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의 결핍을, 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채웠었구나.

그렇게 스스로 채우고는, 왜 너는 나에 대한 마음이 100이 아니냐고 서운해하고 다그쳤구나

상대방은 내게 사랑을 줄 필요도 없었고, 인격자일 필요가 없었다.

내게 잘해주면 땡큐지만, 아니면 그냥 불친절하네 하고 끝나면 될 일.

나한테 왜 저러지, 어떻게 그럴수 있지 하며 분노할 일이 아니었다.


누가 누구에게 맞춰준다 라는 갑과 을의 관계도 애초에 없었다.

그저 자기 빛깔로 어울려져서 살며 공통되는 부분이나 다른되는 부분이나, 모두 그 점에 놀라서 하하호호 하면 될 뿐.

또한 연인, 부부, 그러한 확실한 관계 정의도 불필요해 보였다.

그저 함께있음에 이미 축복인것을, 그 존재를 애초에 개념지을수 없는데, 말 뿐인 것에 왜그리 매달렸을까.



호밀밭의 파수꾼의 이미지처럼, 나는 늘 넓디 넓은 누군가의 넉넉한 사랑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기를 갈망했다.

그러나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짠하고, 내 아비를 닮았고 그래서 마음이 가고, 헌데 함께하면 안맞아서 계속 다투고 힘들어하고...

그래도 나를 좋아해준다는데, 놓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그건 기본적인거였는데..

그래서 매번 기대했다가 좌절하고, 이사람도 아니구나 하며 낙담하고 그랬다. 


아, 이제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큰 쉼이 쉬어진다.



혹시나 해서 더 나를 보려는데, 불쌍해서 이제는 더는 못 고치겠더라.

매번 반쪼가리 허한마음에 늘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며 사랑받을 수 있을까 전전긍긍,

늘 채우려하고 다른사람들의 장점이 너무도 부러웠던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매순간 확인해야 안도하고 겨우 숨이 쉬어지는, 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전전긍긍 확인해야만 하는 그 고단한 삶이.

걱정하는 마음에 하는 부모의 전화도, 연락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만지작 하는 나의모습도

그 모두 어떤 결핍에 의해 이뤄진 행동이라고 위선이라고 비난하던 나는,

아, 나는 얼마나 나 스스로에 집착하며 행동 하나하나 생각 하나하나에 모두 매달려 잘했니 못했니 한건가.

이게 바로 집착이고 강박이었구나. 이제서야 그것이 병이었고 그간에 이런 고단한 삶을 살고있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항상 그래서, 내가 병자인지도 몰랐다.


꿈이없었고 하고싶은것도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하지. 결핍 그 구멍 채우기도 급급한데..



마음은 마음을 이길 수 없다.

거절하지 못하는 것, 거부에 대한 두려움도.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게 무서워 라는 마음도,

모두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아무리 '그럴 수 있지' 있는그대로 받아들이겠다 토닥여봐야, 마음끼리 주고받기 일 뿐.

공포감에 휩싸인 마음 상태에서, 아주 힘겹지만, 나의 힘을 길러보면

그렇게 한 마음만 내어보면, '그럴 수 있지' 라고 아무렇지 않은 마음을 내어보면,

사로잡혔던 공포감에서 사로잡힘이 풀리는,


그리고 이 모든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것들 둘다, 애초에 그저 생각이고 마음이었을 뿐인데.

이러한 생각의 원리나 수학공식원리나, 똑같은,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것과는 하등 상관없는 것들인데.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나 와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것들이었다.

그저 복잡하고 단단한 생각의 성곽, 일부 일뿐.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것.



나는 여전히 흔히 생각하는 이성간에 사랑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을 모르겠다.

일부러 오늘 좋아했던 사람도 만나보고, 그냥 사람도 만나보기도 했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개별적인 -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이미 각자가 누리고 있는 이것이 사랑인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상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 모든것을 허용해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었다.

지금 여기 흐르고 있는 여기. 이것. 자유. 그 스스로가 사랑이었다. 이렇게 어떤 사랑이 있다는 것만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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