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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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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토 (116.♡.175.18) 댓글 2건 조회 3,164회 작성일 22-02-0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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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휴내내 좀 많이 아팠더랬습니다.

그전주부터 계속 구토하고 뭘 못 먹더니, 영양결핍과 함께 전정신경염이라고 평형을 유지하는 귀 신경에 염증이 생겨 

극심한 어지럼증과 구토증세가 동반되는 증세입니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1-2일이면 낫는다는데, 나는 일주일도 넘게 이러고 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아프다보니, 문득 알게됩니다.

아플수밖에 없었겠구나.....

이 작디 작은 몸이 나라고 생각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선택과 결정을 다 해야지 라는 압박감 속에서의 나는

그 와중에 어떤선택이 내게 좋을까, 옳은 것일까 .........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아야 하고, 돈 많이 벌고 싶은 나는.

그것이 상이고 집착하고 있었던거구나 라는 새삼스런 앎. 

그것을 알고나니-  이 몸이 나라고 생각하는 한, 그럴수 밖에 없엏겠구나.

나는 늘 긴장하고 아플수 밖에 없었겠구나 라는 앎. 이해. 안쓰러움까지.



2. 

나는 늘 사랑받아야하고 부자가 되고싶은 나는. 그 생각속에 빠져 살다가 또 번뜩, 깨닫습니다.

아, 또 생각에 빠져있었구나. 

생각에 함몰되어있거나, 아니면 생각에 빠져 있었구나를 알아차리거나. 내 일상은 둘 중에 하나구나. 아이고..

하다가, 또 번뜩 알게됩니다.

아. 거기서도 나는 또 하나의 상을 가지고 있었구나. 

생각에 빠져있는것은 안좋고, 생각에 함몰되어 빠졌구나 라고 늘 알아차려야 하는데! 라는 상이 있었음을요. 

늘 깨어있음 이라는 미명아래- 생각에 빠졌구나 라고 알아차리는게 더 나은 것이라고. 그렇게 취사선택을 또 하고있었구나.

생각에 빠져 있다가 아니면 깨어있거나 둘로 나뉘었던 내 삶은, 이제 다시 하나가 됩니다. 

그것을 딱히 구별하지 않게 됩니다.



3. 옛날에, 내가 자주하던 말버릇이 2개가 있었습니다.


" 기태쌤 왈, 봄에피는 꽃도, 가을에피는 꽃도 불라불라.. 다 예쁘다더라. 뭐 비슷한말. 그래. 아는데. 알겠는데. 좀 빨리 피었으면 좋겠다고.

누구는 글읽는 소리에 깨달았다던데 나는 젠장 대체 언제 깨닫냐고..." 매번 육교를 건너면서 울먹이며 ..늘 그랬었습니다.


" 나를 사랑하라는데..아는데. 그게 맞는말인거 알겠는데. 이렇게 징그럽고 끔찍한 나를 대체 어떻게 사랑하느냐고. 

나를 사랑하라는데 대체 이런 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느냐고!" 


십년도 넘게 되풀이하던 중얼거림들.

꽤 많은 심리학 서적과 온갖 기법을 동원하고 무의식에라도 뭔가 집어넣고 싶어서 늘 자기전에 틀어놓고 자고...

있는그대로를 보는게 사랑이라고 해서, 있는그대로 있으려고 지독히도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애쓰고 또 노력하고...



.. 한번의 전환이 와야 되더이다. 그 있는그대로 라는게. 

그 전까지는, 있는그대로는, 아니더이다. 그냥 흉내낸 것일뿐. 그냥 혼자서 이리해보고 저리해보던 수많은 노력의 방편들이었을 뿐. 

허나, 그러다 어느날 문득. 

한번의 전환이 오면, 있는그대로라는건 너무나 허탈하게도 저절로 되는거더이다.

저절로 되서,  결과로 남는게 있는그대로 였어요.

다만 그 한번의 전환이 될 수 있는, '그 자리'를 알게 하는 정도나 길은, 단계는, 아무도 모르니. 

우리는 그저 수많은 노력들을 할 수 밖에요. 



 4. 명절 긴 연휴에 아프다는 것으로 나는 설 차례상에도 불참하고 계속 방에 쳐박혔었지요.

당연히 눈치는 보이고, 나머지 식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 이루어 지지 않으니 나를 붙잡고 다그칩니다.

다섯살 차이나는 동생은 늘 나를 온실속의 화초마냥 여깁니다. 

자기는 모진풍파를 다 겪은데 비해, 나는 집에서 독립한번 안해본 그냥 순진하고, 어쩌면 집에 있는 알량한 재산마저 다 날릴까 우려하는듯한.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요 ㅎ)

인생계획을 말해보랍니다. 어이가 없어서..

아마 전날 내가 빠진 차례상에서 부모님과 이렇게 살거고 저렇게 살거고 막~ 본인의 삶의 계획을 펼치는데 반해

나는 늘 아프다고 골방에 쳐박히고 가족모임에도 늘 불참하는 내가 불안했겠지요. 


나는, 의외로 내 현재자산과(약간 부풀린) , 향후 주식투자와 대충의 내집마련 플랜을 이야기합니다.

아이패드까지 가져와 필기를 하던 내동생은, 그제야 부모님이 걱정하는데 본인이 총대매서 이야기를 했다. 내가 세게말했던건 그런거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자존심이 상합니다. 

내가 내 인생계획을 왜 저사람들에게 말해야하는지, 내 동생앞에 보고해야하는지 자존심도 상합니다.

내 월급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뭐.

모든게 본인이 잘났다 라는 상을 강하게 가지고 있으니, 그에 반대로 주위 사람을 하찮게 볼수밖에 없는 그 마음의 원리가 이해가 되서.

별 말은 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랬으니까. 


다음날, 죽을 먹는데 어지러워 죽을것 같습니다.

헌데 그와중에 나를 봅니다.

엄마나 내 동생이 지나갈때 더 아픈척을 하는 나를요. 따뜻한 말한마디? 를 바라는건 아닌거 같습니다.

아. 나는 그냥 나를 챙겨주기를 바라네요. 

아픈 나를 챙겨주고, 그렇게 자존심상해하던 내 동생에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네요.


집은 늘 내게 불편한 공간이었고, 커피집이 더 편안하고 잠도 잘왔는데 그 이유를 알것같네요.

집에서조차 늘 인상쓰고, 내 이야기가 맞고 늘 인정받아야 했고, 동생에게, 부모님에게 모두 인정받고 사랑받으려 인상쓰고 늘 잘난 내가 되려했네요.

이러니 아프지 ㅎ


아.. 근데 30대 중반의 젊은 꼰대 제 남동생은, 저희 어머니는 무심하게 자기들 할말만 합니다.

나는 인상쓰고 겨우겨우 죽을 먹는데. 더 아픈척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부끄러워 하는데. 순간. 기억이납니다.


예전에 서정만님이 강의에서, 동생과의 관계가 안좋앟나? 뭐 꿈에서 조차 쫓기는 꿈을 꾸더라 내가.. 

뭐 이런 이야기.. 

'그래. 나만 이런거 아니었지... ' 

이 글을 쓰게된 이유입니다. 


쪽팔리고 부끄럽고, 동생에게 내 인생 플랜을 보고하는 이 치욕스러움 속에서도.

동생에게, 부모에게 관심받고싶어하고 챙김을 받고싶어하는 나를 보는 순간. 생각을 전환하려는 순간. 

'그래. 정만씨도 동생과의 관계가 뭐 안좋댔던거 같다. 그래. 어쩌겠노. 이게 낸데... 지금의 나는, 이런데... '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쩔줄 몰고. 어지럼증은 더 뒤죽박죽입니다. 

지독하게도 쪽팔리고 화끈거리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게. 지금의 나 입니다.


늘 무심히 지나가는 일상속에서, 너무도 자연스레 도망치려던 어느 순간. 

정만씨의 말 한마디가 나를 잡아준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그 한마디, 한 단어라도 생각이 나서. 

그 순간에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수 있는 힘을 주기를. 


내가 받았던 도움을 누군가에게 다시 나눠주기위해 이 글을 씁니다.




5. 

내가 그토록 염원했던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어화둥둥 내사랑, 나는 예뻐. 나는 자신감넘쳐. 나는 멋있어. 나는 잘났어. 나는 똑똑해. 

나는 괜찮아. 이 생각은 내가 아니야. 나는 진아야. 이건 진짜 내가 아니야. 나는 사랑이야. 등등

이런 특정한 생각,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그럴수 밖에 없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오더이다.

그렇게되니 저절로 이 말이 나오덥니다.

아우, 예쁘다. 마음이 참 곱구나. 그럴수 밖에 없지. 암.. 

이 삶에서 일어나는 나의 모든 생각과 감정과 행동 그 모두를 허용해 줄수 있는 삶. 

이 몸이 나라는 착각속에서 사는한 어쩔수 없었겠구나 라는 가여움과 안타까움과 안쓰러움. 그리고 포용. 




6. 옜날에 김기태 선생님이 하신말중에 참 고마웠던 말이 있었습니다.

뭐였더라. 내같이 냉혈한에 피눈물도 없고 사랑한톨 없던 내가 변했어요. 36.5도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랑이 되었어요. 

내가 이렇게 변했으면, 모든 사람이 다 변할 수 있어요. 바뀔 수 있어요.. 


이런 비슷한 말. 그게 참말로 위로가 되었다.

왜냐면, 내가 그랬으니까. 지극히 냉혈한에, 가난과 게으름은 죄악이고 무능하고 부족하다 여기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않고 나를 위한 도구로 여겼고  

사람을 만나기전에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했고 철저하게 계산된 말과 행동을 하였으며

사랑은 커녕 가여움, 인정 한톨 없던 내가. (내 동생이 저래도 내가 할말이 없는 이유가 있지요..ㅎㅎㅎㅎ)

이렇게 변했으니까.

김기태 선생님을 만나고. 36.5도의 따뜻한 피가 나에게도 흐르는구나. 참말로 감격스러웠었던 때가 왔으니까.


내가 이렇게 변했는데..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됐는데.. . 당신도 무조건 변할 수 있다고. 

괜찮다고. 다. 괜찮아요. 

당신은, 지금. 그럴 수 밖에 없어요. 그럴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너무 본인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라고. 

당신은, 어쩔수 없으니까. 지금은 그럴 수 밖에 없는거니까... 괜찮다고...


 








댓글목록

독비님의 댓글

독비 아이피 (211.♡.77.107) 작성일

토토님~
설날을 아프게 보내셨다니 어쩔까요.
전정신경염이 꽤 심각한 증상이던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푹 쉬셔야 하는데 말이죠.
 
저는 연휴 잘 보냈는데요.
잘 보내다가.. 잠 자러 누었는데 갑자기 정말 하고싶지 않은 생각이 다시 올라오더라고요. 순간 도망치려다가
도망쳐봤자 소용없지, 누가 이기나 해보자 다짐하는데, 울컥 하더라고요.
나는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생각나는 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알아달라고...

토토님의 댓글의 댓글

토토 아이피 (59.♡.103.209) 작성일

맞아요. 생각의 흐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닌걸요.
그걸 어떻게 이기겠어요. 올라오면, 그저 맞이할 수 밖에요..
스트레스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봅니다. 늘 스트레스라서 잘 몰랐던건가봐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누군가의 위로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경험을 덕분에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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