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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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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식이할매 (14.♡.227.32) 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4-07-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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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허무한가. 이주(14일)란 짧은 시간이지만 열심히 스트레칭도 하고 혹시나 몰라 진통제도 먹었다. 더군다나 히키코모리가 미치지 않고서야 내리기 힘든, 밖에 나간다고 정말 통 크게 맘을 먹지 않았나. 출발 스타트 함과 동시에 붙잡고 있는 표지판 기둥처럼 바닥 깊이 박혀버렸으니 난감할 뿐이다. 그렇다고 다시 집에 돌아가자니 그건 아니었다.

 어차피 안될 걸 알면서 괜한 객기를 부렸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래 누가 밖에 나가라고 했나, 이런 똥 멍청이 가 있을까 싶다.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쓰레기통에서 이제서야 편히 쉬고 있는 팬티들을 다시 꺼내 입는 것도 아니었고 허리 아래 뱃살과 꼬추 주변을 꽈 쪼이는 밴드형 팬티를 하루 종일 입는 것도 아니었다. 백기를 들었다. 몸이 안되니 더 걸어서 갈 수 없는 노릇이라 택시라도 타고 가야겠다. 누구에겐 그냥 돈 낭비 정도로 치부될 기본요금도 안되는 거리지만 나에게 단돈 4천 원으로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정말이지 소중한 택시이다. 다행히 여기는 택시가 자주 다니는 곳이라 아래쪽(약간 경사가 있다)에서 올라오는 택시를 잡아타고 선 BYC 전문 매장으로 갔다.

 택시는 2차선 좁은 길을 천천히 미끄러지듯 달렸고 얼마 안 가 큰 도로와 만나는 교차로에서 택시를 세워달라 했다. 아주 잠시의 휴식 때문인지 아니면 아까 먹은 진통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택시에서 내리는데 다리가 크게 아프지 않았다. 이렇게 아팠다 안 아팠다를 호떡 뒤집듯 하니 호떡장수 변덕쟁이 신은 진짜 있는 듯하다. 그 신의 유일한 낙은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즐기는 거고 난 그의 뜨거운 철판 위에 신의 손놀림에 몸을 뒤집는 호떡이다.

 나를 골탕먹이기 위한 마법처럼 하루에도 몇 번이고 아팠다 안 아팠다를 반복한다.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몸 상태 덕분에 평소에 생활하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만, 하지만 아주 가끔씩 아픔을 사라지게 하는 달콤한 마법은 언제나 환영이다. 아무튼 지금 나는 통증이 약간 줄어들어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 걱정이 들었다. 매장 반대편 도로에 내리는 바람에 8차선 도로를 관통하는 신호등을 건너야 했다. 이건 정말이지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신호등이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 수십 대의 자동차들이 보는 앞에서 나는 똑바로(보통 사람 걸음) 걸어가야 하는 난해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아직 빨간불이다. 주먹으로 아픈 오른쪽 다리 골반은 연신 두드려본다. 만약에 발생할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걷다가 혹여나 자동차들에게 아픈 다리를 들키는 순간 '빵~~'하고 탈락을 알리는 자동차 클락션을 울릴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아픈 다리를 들키는 건 끔찍하다. 심호흡을 해본다.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꿨고 나는 무조건 앞 만 응시한 체 최대한 천천히 매장이 있는 쪽으로 건너갔다. 자동차 클락션 소리를 들은 거 같긴 한데, 온 신경이 걸음걸이에 가있는 바람에 소리를 확인해 볼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완벽히 솜씨로 속였다 확신한다. 만약 걸렸다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 거다.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BYC 전문매장에 도착해 팬티를 내 몸에 딱 맞는(105사이즈, 밴드형x, 오줌 구멍x) 녀석으로 교환했다.

 새 팬티를 입는다는 생각에 너무 기쁜 나머지 오는 길에 괜히 오기를 부렸다. 또 택시를 타자니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았다. 정말 어처구니없고 형편없는 결정이지만 집까지 걸어서 가기로 결심한다. 머 자기가 고생하겠다는데 어찌하겠나 나중에 말리지 않았다고 욕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고생길 훤한 걸음은 시작됐고 어찌어찌해서 집엔 도착했지만 내가 걸었는지, 다리가 나를 끌고 왔는지, 내가 다리를 끌고 왔는지 모를 정도로 힘들었다. 밖에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날 온몸이 쑤시듯 아파 잠을 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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